사람 칠판/연인
기린아가씨를 만나다.
의미 하나
2013. 5. 3. 16:27
기린 아가씨를 만난건 소개팅에서 였습니다.
소개팅장소에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는데
숱이 많은 긴머리에 마르고 큰 키 이지적인 얼굴에
전 속으로 '얼씨구~ 지화자~'를 외쳤습니다.
남자의 첫번째 속성 '이쁘냐?' 네 이뻤습니다.
전 정말 잘해보고 싶었습니다.
옷이 없어 후배에게 옷을 빌려 입고 나가고
좋은 데이트 장소를 찾고자
오른 손목이 아프도록 마우스를 움직이며 인터넷 검색도 했지요
워낙 말재주가 없어
무조건 자주 만나 정들게 하자는게
저의 전략이었습니다.
하늘이 도와주신 덕인지
기린아가씨와 저는 지금까지 만나고 있습니다.
얼마전 백일을 맞았고
그 일요일날 그녀가 좋아하는 후레지아를 안겨주니
기린아가씨는 부끄러운듯 은은한 미소를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엊그저께 신촌을 거닐때 그녀는 살며시 팔짱을 꼈습니다.
아 그윽한 꽃향기에 취하여 저는 하늘하늘 거렸습니다.
세상이 이리 살아있는지 예전엔 몰랐습니다.
그녀는 이 우주에서
제게 찾아온 자유전자입니다.